기분 좋게 넘어가자
by pizzi
로맨스의 여왕0616
로맨스의 여왕
.
.
.


준비하고 있는 미니시리즈의 제목이다.

매거진T 강연회가 끝나고 잠깐 들른 회식자리에서 온갖 잘난척에

월드프리미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오프더레코드를 신신당부했건만 담날 떡~ 하니 기사가 났더라.

안녕, 프란체스카때도 어르신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제목가지고 그렇게 말들이 많았다.

영문은 안되네...다섯글자를 넘으면 안되네...뭔 소린지 모르겠네...

위에 모든 조항에 어긋나는 '레인보우 로망스'는 머냐고...

난 첨에 저 제목을 듣고 한국판 퀴어 애즈 포크인줄 알았다.

오늘은 나랑 앞으로 몇달간을 씨름하며 지낼 주인공 '정유원'이 어떤 여자일까를 생각했다.

사랑때문에 지 목숨을 끊는 그녀의 이름은 정유원이다.

이 이름은 실은 친한 친구의 딸 이름이다.

너무너무 밝고 맑고 사랑스럽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기획하며 지은 이름이다.

선물로 니 딸 이름을 주인공 이름으로 해 줄께...요따구 잘난척을 하면서 말이다.

근데 죽는 것도 찝찝한데 그나마 자살이라니... 

하루아침에 친구가 원수되게 생겼다.

혹시 좋은 여자 이름이 있을까?



by pizzi | 2006/06/16 04:38 | 트랙백 | 덧글(4)
혹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 가운데...
1987년 작 안성기, 김 청 주연의 '성리수일뎐'이라는 영화를

2006년 지금에 와서야 보려하는 저에게 도움을 주실 분이 계실지...

적고보니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문장임에도 묘~하게 시건방이 느껴지는군요.

나 배고픈데 누구 밥 한끼 살 사람 있는지...하고 거의 비슷한 느낌이랄까?

마음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탁자위에 물로 쓰고 싶은 만큼 간절하니 ...도와주세요

(내공드림!...아! 이건 아니구놔~)
by pizzi | 2006/06/12 19:20 | 트랙백 | 덧글(3)
미니 시리즈를 시작한다.
 
나는 딱 12부짜리를 썼으면 좋겠는데 제작사는 당연히 16부! 분위기 좋으면 20부까지 요구할 것이다.

주인공 여자가 자살하는 것을 첫 씬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 왔다.

처음은 됐다.

마지막씬은 첫 씬을 한번더 사용한다.

마지막도 됐다

이제 그녀가 왜 디져야만 했는지를 만들면 된다.

by pizzi | 2006/05/04 05:02 | 트랙백 | 덧글(6)
기 사 회 생
어젯밤엔 몹시도 이상한 꿈을 꾸었다.

집이 웬지 썰렁한 것 같아 베렌다로 나가보니 세상에나~ 우리집이 연탄보일러인 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도시가스비를 몇십만원씩이나 내고 살았다니!!

분한 마음도 잠깐, 연탄 화덕 뚜껑을 열어보니 다 타고 하얀 재만 남은 것이다.

이러니 집이 추울수 밖에...

혹시 아랫장도 다 타버렸으면 어쩌지? 나 연탄불 피워본적 없는데...

긴장하며 아래를 보니 밑에 연탄도 다 타버린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번째 연탄을 들어내니....

앗! 이러수가!!

세장짜리 연탄 화덕이었던 것이다.

제일 아래 세번째 연탄에는 불씨가 아직 남아있었다.

나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새 연탄으로 갈아끼웠다.

집안이 금방 훈훈해지며 온수가 콸콸 쏟아질것만 같았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니 그렇게 상쾌할수가 없었다.
by pizzi | 2006/05/03 04:47 | 트랙백
[조선남녀사이]2006.3.22
 

모임에서 모든 오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막둥이 여동생이

얼마 전 결혼을 발표했다.

이야길 듣자하니 돈푼께나 있는 집안과 회계사라는 직업이 결정적 매력요소인 듯 하나

막둥이는 끝까지 ‘사람이 너무너무 착하고 날 끔찍이 위해줘서’가 이유의 전부란다.

그 회계사 친구가 막둥이에게 보여준 행동들은 같은 남자로써 좀 짜증이 날 정도로 달콤말랑쫄깃하게 감동스럽긴 했다.

얼마 전, 충무김밥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퇴근 후, 왕복 8시간동안 운전을 해 경남 통영까지 충무김밥을 사러 다녀온 사건은 그나마 애교스럽다.

매일 아침 전화로 모닝콜을 해서는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하며 ‘제주도 푸른 밤‘을 불러 주기도 하고 파스타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이태리 요리 학원을 등록하기도 했단다.

오빠들은 모두들 한마디씩 거든다.

그 정도는 약과다. 결혼 전에 우리 와이프가 충무김밥 먹고 싶다고 해서 아예 충무에서 30년간 김밥을 만드신 원조 할머니를 모시고 올라왔다!

사실 ‘제주도 푸른 밤’은 연애시절 우리 와이프를 위해 내가 작곡한 노래다.

나는 우리 와이프 꼬실려고 간과 쓸개를 헐값에 팔았다! 등등...

다들 결혼 전 화려한 예고편을 보여줬던 샘이다.

영화판에 전해져 오는 명언으로 ‘잘 만든 예고편하나 열명작 부럽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거짓말이다. 방금 내가 지어낸 말이다.

하지만 예고편에 이른바 ‘낚여서’ 극장을 찾은 뒤

막상 영화를 보고 난 후 예고편이 전부더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애도 그런 것 같다.

연애란 ‘당신이 만약 나와 결혼하게 된다면 우린 이렇게 살게 될 것이요’하는 것을 미리

조금 맛보여주는 예고편이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 화려한 예고편은 지나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켜 본편이 가진

담백하고 잔잔한 재미를 놓치게 할 위험이 있다.

물론 ‘용가리’ 예고편에 ‘고질라’의 명장면을 섞어 넣는 사기를 저지르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예고편에선 막대한 물량공세를 쏟아 부어 보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판타스틱 액션영화인줄 알았더니 막상 본편에선 시종일관 롱테이크 연발의 지루한 다큐멘터리가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막둥이 여동생은 그간 회계사 친구가 보여준 화려한 액션의 늪에 완전히 빠져 있다.

자기 앞에 펼쳐질 인디아나 존스처럼,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한 결혼의 환상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귀엽고 사랑스런 그녀의 행복을 위하여 예고편을 뛰어 넘는 본편이 탄생하길 조심스레 빌어본다.

허나, 힘들다고 본다.

  

  

by pizzi | 2006/03/22 21:52 | 트랙백 | 덧글(4)
그녀는 누굴까?
니가 날 위해 할수 있는게 뭐야?!

-백미 취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집어쳐! 밋밋한 백미 따위는 입에 대기도 싫어!

-백미 취사가 취소되었습니다.

난 뭔가 새로운 걸 원한단 말이야!

-잡곡 취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뭐야...! 그렇게 맥놓고 있는다고 해결이 돼?

-증기 배출을 시작합니다

이제 그만 끝내자고! 나도 지쳤어!

-잡곡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늘 저녁 밥통여인과 나눈 대화다...
외롭다. 
by pizzi | 2006/03/21 19:44 | 트랙백 | 덧글(3)
브런치의 시즌이 왔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브런치는 3년전 방콕의 페닌슐라 호텔의 이벤트였던 'Lazy Sunday'였다
통유리쪽으로 쭉~ 늘어선 하얀 시트가 덮힌 침대에 드러누워 나른한 라운지를 들으며 먹다, 졸다를 반복했다.
가격은 15,000원 정도... 기절인거다.



서울에서 이용할 수 있는 브런치가운데서는 삼성동 파크 하햣트의 메인 레스토랑인 '코너스톤' 주말 브런치가
현재까지 최고다.
물론 1인당 55,000원(당근 tax10% 별도)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문제긴 하지만
놀랍게도 비용이 전혀 아깝지않을 만큼 행복한 맛의 향연을 즐길수 있다.
최상의 신선한 재료가 무기인 이곳은 별다르게 잔기술을 부리지 않아도 모든 음식의 맛이 훌륭하다.
음료는 모에샹동과 오렌지쥬스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둘다 리필을 안된단다.
가장 아쉬운점이다
대낮부터 취하게 샴페인을 마실 사람도 드물것이고 오렌지쥬스를 마셔봐야 도대체 얼마나 마신다고 한잔으로
제한을 둔 것인지... 그보다 'Free~'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
브런치가 의미하는 여유롭고 한가함에 더 충실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
한가지 공감하는 것은 파크 하얏트의 오렌지 쥬스는 맛 본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내 평생 최고의...!'를 외친다.
몇번을 물어도 순수하게 오렌지를 갈아 온 것이라 하는데 분명 우리가 모르는 어떤 종류의 마약을 첨가하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지금은 많이 알려지는 바람에 터져나갈 듯 사람들로 붐비긴 하지만 그래도 현재까지는 최고다.
토, 일요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까지이며 예약은 필수.

학동 사거리 프렌치 레스토랑인 '비손'의 브런치도 칭찬할만하다.
1인당 22,000원에 역시나 10%의 tax.
워낙에 작은 레스토랑이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테이블 때문에 불륜,게이, 레즈비언,스님등 각종 아웃사이드 커플들의 데이트용 장소로는 별로이긴 할 듯.
하지만 소란스럽다기보다는 묘한 생동감이 있고 규모에 비해서는 꽤나 다양한 메뉴와 살가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평소 비손의 메뉴에 비해 크게 공들인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워낙에 맛으로는 빠지지 않는 쉐프들의 솜씨가
믿을만하다.
예약은 필수며 적어도 이틀전에는 해야 겨우 자릴 얻을수 있다.

도산 사거리 벤츠 매장 옆에 붙어있는 '스토브'의 브런치는 그저 그렇다.
20.000원에 10%의 tax,
크게 흠잡을 만큼 괴상한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뜻 손이가는 메뉴도 없다.
폭신폭신한 프렌치 토스트는 칭찬할 만 하지만 이것저것 먹고 나와도 별로 먹은것 같지도 않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는데 마침 바로 집 앞이라 설렁설렁 걷다 들르긴 했지만
예약까지 할 수고를 떨만한 곳은 아닌듯 하다.

삼원가든 옆에 최근에 오픈한 이탈리안 '비스트로 디'의 브런치는 가장 나쁘다.
이곳은 브런치뿐만 아니라 평소의 음식도 아주 나쁘다.
제일 싫은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짓'을 하는 곳이다.
내가 계산을 하지 않아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3천원이상 받았다면 나쁜짓한거다.
by pizzi | 2006/03/15 11:13 | 트랙백 | 덧글(3)
발견! 브로크백 마운틴!
 잭 트위스트는 초반에 뻔뻔스럽게 '나도 게이가 아니야'라고 생구라를 깐다.

에니스를 보자마자 첫눈에 뻑이가서 빽미러로 꽃단장도 하고 어설픈 하모니카 연주로 꼬리 쳤으면서!

결정적으로 술이 원수였던 첫날밤을 치르고 난 후

에니스가 양치기 나간 사이 개울가 빨랫터에서 방망이질을 하고 있던 잭이 빨던 셔츠는 에니스의 것이더라.

첨부터 그 셔츠를 뽀리 깔 작정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by pizzi | 2006/03/14 21:45 | 트랙백 | 덧글(4)
[프라우드]100년동안의 짜증
 J에게.

잘 지내나요? 마지막으로 통화가 지난해 11월이었나요?

한다리 건너 몇 번 당신의 소식을 듣긴 했어요.

긴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과 새로운 프로젝트에 완전히 몰입되어있다는 소식들.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는 거죠?

나는 당신을 떠 올릴 때면 제일 먼저 그 집이 눈앞으로 다가옵니다.

높은 언덕위의 그 집, 높은 언덕에서도 또 높은 그 집.

작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면 슬픔이든 기쁨이든 어떤 것이든

방금 전과는 다른 기분을 만들게 하는 풍경을 가진 그 집.

나는 당신의 집을 좋아했고 또 탐이 나서 당신이 이사 가기만을 바라기도 했었죠.

두해 전 겨울 밤, 나는 당신의 집에서 아주 많이 취했었죠.

L형과 내가 들고 갔던 두병의 와인은 초저녁에 바닥이 나버렸고

나는 기어이 맨발에 발가락이 나오는 슬리퍼를 끌고 그 높고 가파른 언덕을 뛰어 내려가

에탄올보다 맛없는 와인을 두병이나 사들고 왔죠.

많이 속상한 일이 있었던 그날, 모두들 마신 것보다 취했고

모두들 평소보다 마음속의 이야기를 조금씩 더 꺼냈던가...?

아님 나만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눈물까지 보였던 그날 밤이 당신의 집에서 보낸 제일 좋았던 시간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집을 생각하면 그녀, 문(MOON)이 떠오릅니다.

그녀의 이름을 지어준 당신의 감각에 나는 탄성을 질렀습니다.

너무나 ‘달’스러운 그녀의 온화한 눈빛과 우아한 걸음과 고요한 시선...

수묵화처럼 기품있는 회색빛 빛깔은 그녀를 쓰다듬을 때마다 내 손에 묻어날 듯 생생하게 살아있었습니다.

이제와 고백컨대 내가 당신을 미워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그녀, MOON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일을 시작했을 때 마침 그녀의 발정기도 시작되었죠.

무언가의 가위눌린 듯 숨넘어가는 아기울음처럼 소름끼치는 소리로 그녀는 종일 울어 댔죠.

그토록 우아하고 기품있던 그녀는 아무 벽에나 머리를 들이받기도 했고

열두자식이 모두 물에 빠져죽은 죄많은 어미처럼 바닥에 드러누워 발버둥을 치기도 했죠.

나는 고양이도 아니고 암컷도 아니고 발정기도 아니니 그 괴로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녀가 고통스러워 한다는 건 분명했습니다.

일에 몰두하기엔 고통에 찬 그녀의 울부짖음이 너무 자극적이었고

나는 몇 번이나 불편한 내색을 보이며 그녀가 사랑을 나눌수 있도록 해 주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중성화 수술을 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당신의 고양이었기에 강요하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난 내가 말하지 않아도 빠른 시일 내에

당신이 먼저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리라 믿었죠. 

왜냐하면 당신은 그녀와 단둘이 살고 있었고 그녀를 나보다 더 아끼고 사랑했으며

그녀의 어린시절을 담은 사진에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했으니까요.

나는 당신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기대와는 달리 당신은 그녀를 너무 오래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도 당신의 작업실을 방문할 때 마다

끊임없이 그녀가 내지르는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들어야 했고

또, 그녀를 위해 쓸 돈이 없다는 당신의 뻔뻔스런 변명을 들어야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노력과 땀이 투자된 당신의 가슴근육을 돋보이도록 만들어진 티셔츠와 당신의 자랑이자 보물인 엉덩이를 타이트하게 들어 올려줄 캘빈 클라인 팬티를 망설임없이 구입하는 현장에 우연찮게도 나는 늘 함께 했기 때문이죠. 그 후로 당신을 좋아하기란 참 힘들었습니다.

나는 새로 산 티셔츠를 입은 채 이리저리 맵시를 살피며 만족스런 미소를 띄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생에 당신은 MOON의 고양이로 태어나라!’

시간이 흘렀고 당신에 대한 짜증이 차츰 흐려지는 듯도 했습니다.

한때 당신의 이름만 들어도 파르르~ 신경이 곤두서고 밥맛이 다 없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곁에서 구체적인 당신의 근황이 오가는 대화를 들어도 별다른 느낌이 없습니다.

그저 최근에 누군가가 전해준 ‘스타벅스에선 두유로도 카페라테를 만들더라’ 수준의

스치고 지날 조롱... 정도의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며칠전 문득 예전 당신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르자 당신에 대한 짜증이 새삼스럽게

재발견 재해석 되기 시작했습니다.

프렌치불독이 키우고 싶어 안달이 난 내게 당신은 특유의 까만 눈동자를 번뜩이며

‘에이~ 너처럼 책임감 없는 얘가 개를 키운다고?!’  

가을날 당신이 내게 그 말을 하던 그 시간에도 책임감 강한 당신이 키우는

당신의 고양이는 홀로 방바닥에 머리를 쳐 박으며

방치된 자신의 생식기를 저주하고 있었겠죠.

당신에 대한 짜증이 사라지는 날이 내가 죽는 날이라면

나는 백서른 다섯 살까지 살 것 같습니다.

아마 백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by pizzi | 2006/03/10 11:58 | 트랙백 | 덧글(2)
[이창]난 축구가 싫다

요즘 TV를 보다보면 괜히 싫은 광고가 하나 있다.

모이동통신회사의 광고인데 시종일관 막 태어난 아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아기가 4천몇백만번째 붉은 악마란다.

요즘 괜히 싫은 정도가 아니라 나오기만 하면 불에 댄 듯 화들짝 놀라

채널을 돌려버리는 광고가 하나 있다.

이것 역시 모이동통신회사의 광고인데

웬 멀쩡하게 생긴 청년 하나가 명동거리 같은데서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채

노래방에서 7옥타브의 롹발라드를 3시간 메들리로 부른 듯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광고다. 것도 홀로!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그때, 나는 폭주족 청소년들에게 오토바이 헬멧을 씌워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폭주족 아이들은 삼일절이나 광복절 같은 날이면 저마다 오토바이에

태극기를 꽂고 대규모 폭주를 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했다.

그들의 평소 행동거지를 봤을 때 상당히 쌩뚱맞은 전통이긴 하지만

이토오 히로부미 생일기념 폭주를 하는 것보단 낫다 싶기도 하고

평소에도 제발 대한민국의 훌륭한 청년이지!! 하는 안타까운 맘도 들었다.

암튼 이들은 당연히(?) .VS 한국전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광란의 대규모 폭주행사를 벌였고 우리는 그들을 촬영하기 위해

시청 앞이다, 여의도다 정신없이 쫓아다녔다.

대 독일전이 열리던 날이었다.

시청앞 광장에 있는 호텔의 옥상에서 우리는 촬영을 하고 있었다.

늘 TV에서만 보던 그 붉은 물결을 직접 눈으로 보면 얼마나 짜릿할까!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나는 고소공포증으로 오는 현기증과는 다른 아찔함을 느꼈다.

통제불능의 광기가 주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내가 그 붉음 속에 있지 않아서였을까?

촬영이 꼬이고 있던 중이라 여러 가지로 짜증이 나 있어서였을까?


실은... 난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한다.

축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

그래도 하나 강요하듯 한 가지를 정하라면 어이없게 세팍타크로...?

하지만 월드컵이고 우리 나라가 너무 잘 해주니까 나 역시 멋도 모르고 응원했다.

미친 듯 대~한민국을 외쳤고 혈액순환이 환갑까지 잘 될만큼 손바닥을 쳤고

승리의 기쁨에 신촌 밤거리를 소금뿌린 미꾸라지 마냥 헤집고 다녔는데...

나는 불안해지기 까지 했다.

이런 내 마음을 붉은 저들에게 들키면 복면을 쓴 몇몇이 날 끌고 가

우리나라가 이기면 훈방조치, 지면 능지처참에 처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외국 나가서 태극기만 보면 가슴에 손을 얹는 애국심 깊은 내 마음이

축구를 좀 덜 좋아한다는 이유로 산산이 찢겨지는 고통을 맛봐야했다. 흑흑.



앞에서 말한 두 편의 광고를 보면 괜히 그대가 생각나 맘이 불편하다.

특히 그 목 쉰 청년은 길에서 날 만나면 날 개 패듯 팰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영화 스토리 하나가 생각났다.

나는 토고 최고의 미인 우짤까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름다운 여인 우짤까나는 나의 열렬한 구애에도 마음을 열지 않다가

나의 진심어린 사랑에 감동, 미모의 우짤까나는 한가지 제안을 한다.

‘이봐 미스터 신! 만일 이번 월드컵에서 토고가 한국을 이긴다면 난 당신과 결혼 하겠어요’

그 사실을 안 우리 집안에선 두시간만에 호적에서 날 파버리고

친구들은 다정하게 내 어개를 두드리며 양 뺨에 침을 벹으며 의절을 선언하고...

그 역경 속에서도 결국 사랑을 택하지만 결과는

‘대한민국! 토고를 3:0으로 대파!’

자국의 패배에 슬퍼하던 우짤가나가 나에게 건네 마지막 한마디... 꺼지셈!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홀로 코트깃을 세우고 쓸쓸히 걸어가는 나의 뒷모습에서 ...END

by pizzi | 2006/03/10 11:55 | 트랙백 | 덧글(4)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